독독독

용감한 도전!-제로베이스 3개월 15일, telc B1 한 방 합격 후기

2026. 07. 09.

이름
이*우
수강
용감한 도전 A1-B1



ICH HABE MIR VIEL MÜHE GEGEBEN.
— telc 말하기 Teil 1에 준비했던 대본의 첫 문장입니다. 이 문장 그대로의 3개월 반이었습니다.

먼저 제 조건을 간단히 적으면, 저는 독일어 알파벳부터 시작한 완전 제로베이스였고, 학원 없이 독독독 A1/A2/B1 강의와 모의고사, AI 첨삭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총 기간은 약 3개월 15일이었고, 목표는 독일 대학 지원을 위한 telc B1 합격이었습니다.

결과는 한 번에 합격이었지만, 모든 영역이 안정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점수는 대략 Lesen 65점, Hören 55점, Schreiben 33점, Sprechen 46.5점이었습니다. 여기에 Sprachbausteine, 즉 문법·어휘 파트 점수가 붙는 구조였는데, 솔직히 이 파트는 총점 대비 비중이 그렇게 크다고 느끼지는 않아서 아주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읽기는 나름 안정적이었고, 듣기는 평소 모의고사보다 낮게 나와 아쉬웠습니다. 쓰기는 할 말이 많습니다. 저는 Obsidian에 AI를 연결해서 자동으로 지문과 문제를 생성하고, 제가 쓴 답안을 다시 AI가 긁어가 최소침습 첨삭과 기준별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루프를 아주 짧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말하기는 46.5점, 솔직히 채점관이 20점 주고 떨어뜨렸어도 할 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합격은 했지만, 이 글은 “이렇게 하면 고득점”이라기보다는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든 B1 문턱을 넘은 사람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1. 왜 독일어였나

저는 인생을 걸어볼 만큼 가슴 뛰는 공부, 그러니까 수학과 머신러닝 쪽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한국에는 그 자리가 마땅치 않고, 영국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독일은 그 분야 클러스터가 강력한 데다 재정적으로도 인상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아, 이거다” 하고 보니 — 영어 커리큘럼인데도 독일어 B1이 요구되는 것이었습니다.

지원 마감은 코앞이라, 교수님께 “7월 15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겨울학기 전까지 반드시 완성해오겠다”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고, 9월 30일까지 B1 증명을 조건으로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습니다. 그게 3월 초였습니다.

처음엔 호기로웠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한두 달이면 했는데, 자연어가 더 어렵겠어?” — 듀오링고 며칠 해보고 바로 깨달았습니다. 이거 내 모든 걸 갈아 넣어도 어려울 수 있겠구나. 그날 용감한 도전을 신청했고, 결과는 3개월 15일 만에 telc B1 한 방 합격입니다.


2. 독일어라는 언어의 구조 —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제 공부법은 원래 단순합니다.
① 틀을 만든다 → ② 골격이 나오면 잎, 즉 인풋을 붙인다.

영어는 이게 틀 없이도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5형식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영어는 합니다. 인풋 던지고, 교정받고, 이유를 나중에 문법에서 찾는 방식이 영어에서는 통합니다.

독일어는 전혀 아닙니다. 가장 단순한 생각을 표현하려 해도 성·수·격이 붙고, 동사 변화에 동사 위치까지 걸립니다. 틀 없이는 읽기도 쓰기도 안 됩니다. 그래서 초반 학습이 유독 지지부진합니다. 대신 그 틀이 한번 잡히고 자동화되면, 그다음 성장은 순수하게 노출량과 꾸준함이 결정합니다. 초반에 바닥을 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선형적으로 오르는 것, 이게 다른 언어와 다른 독일어만의 신기한 맛입니다.

틀의 핵심은 명사입니다. 대충 이런 순서로 박히면:

  • 성, 즉 Genus를 선제적으로 쥐고
  • 관사/부정관사와 그 류를 알고
  • 격에 따른 변화를 알고
  • 거기에 형용사 어미까지 붙는 걸 보면

“아, 이거 strongly-typed 프로그래밍 언어의 자연어 버전이구나”를 느낍니다. 명사가 이렇게 복잡한 대신 동사 세상은 시제와 대상만 받으면 간단하게 정리되고, 두 세상이 동사·전치사·격으로 연결된다는 것까지 잡히면, 수동태, Plusquamperfekt, 주문장/부문장 같은 나머지는 따라와 줍니다.


3. 그래서 A1이 전부입니다

A1은 그냥 외워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다미안쌤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이게 과연 공부가 맞나?” 가장 포기하고 싶은 구간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방법론이 전적으로 옳았습니다. 보일 때까지, 또 보일 때까지 외우는 그 과정 없이는 이후의 독일어 공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한 달 안에 끊기 어려운 분량을 끊어놓고, 헬스장도 가고, 수학·컴퓨터과학도 하고, 영어 시험 준비도 굴리다 보니 학습 퀄리티가 무너졌습니다. A1을 다지지 않고 넘어간 대가는 A2, B1에서 2~3배의 카르마로 돌아왔습니다. B1까지의 전 과정을 통틀어 A1이 가장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A0에서 시작하는 입문자 입장에서는 A1 초반부가 정말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저는 움라우트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갑자기 sein, haben 동사 변화가 나오고, Ich freue mich에서 mich가 4격이라는 식의 설명이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정말 복잡해졌습니다. 그때는 모든 단어가 의미 단위가 아니라 그냥 텍스트 블록처럼 보였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몇몇 부분은 귀를 닫고 “문법책에서 다시 해주시겠지…” 하며 넘겼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독일어 입문자를 위해 2주 정도면 들을 수 있는 A0 강의가 따로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파벳, 발음, 움라우트, 아주 기초적인 인칭대명사와 동사 변화, 독일어 문장의 기본 느낌만 먼저 익히고 A1에 들어가면 초반의 충격과 공포가 훨씬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 나중 레벨을 바라보며 자신을 깎지 마세요. 저도 A1 시절에 B1 모의고사를 슬쩍슬쩍 보며 자존심만 깎아먹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단계는 다 있는 것이고, 받을 준비가 안 된 난이도를 미리 바라볼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외우면 됩니다. 외운다고 덜 지적인 공부가 아닙니다.


4. 독독독이 좋았던 이유 — “능력보다 약간 높은 것”을 계속 던져줍니다

저는 모든 공부는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약간 높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쉬우면 기분은 좋습니다. “나 공부 좀 되는 것 같은데?” 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그 기분 때문에 성장이 멈추는 게 가장 무섭습니다.

독독독은 이 부분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A1과 각 과정 초반에는 “이게 뭔…”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1주 반 정도 지나고 다시 보면, “이게 어려웠다고?” 하는 순간이 옵니다. 자신이 아는 것만 반복해서 기분 좋게 읽게 하는 게 아니라, 가진 능력의 100%를 써야 겨우 읽어낼 수 있는 텍스트를 계속 던져줍니다. 그게 조금 기분은 상해도 성장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문장들이 그냥 들어간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 문장을 외워야 하는지 모르는데, 다음 레벨에 올라가서 다시 보면 “아, 이래서 이 문장을 넣었구나”가 보입니다. 핵심문장 암기는 귀찮아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뒤에서 문법과 표현이 회수됩니다.


5. 영역별 후기

읽기

읽기는 틀이 잡힌 뒤에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문장 마디마디를 하나씩 붙잡고 해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관사에서 명사까지 한 덩어리 + 동사”로 단순하게 정리됩니다. 그때부터 모르는 단어는 역으로 분해하거나 문맥으로 유추하고, “아 ㅋㅋ 글 개 웃기게 쓰네” 같은 여유까지 조금씩 생깁니다. 그때가 ‘읽은 만큼 붙는’ 틀이 완성된 순간입니다.

다만 지문 하나를 완벽히 외우려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문 하나를 다 깼으면 다시 읽고, 모르는 것만 체크하고, 그냥 다음 지문으로 가야 합니다. 완벽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완벽을 보려 한다고 보이는 게 전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양을 봐야 “아, 이게 중요한 거구나”가 보입니다.

듣기

듣기의 병목은 단어와 템포였습니다. 읽기가 괜찮아진 뒤 느린 발화는 따라갈 수 있었고, 마침 그때 넷플릭스 「다크」와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독일어 더빙으로 봤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독일어가 너무 하기 싫어서 공부하는 척만 하려고 튼 것이었는데, 갑자기 귀가 열렸습니다. 듣기 인풋을 받을 틀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의 듣기는 또 달랐습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Teil 1을 듣는 순간 “아,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보다 낮은 55점을 받은 것도 이 현장감 때문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듣기는 실제 난이도보다 살짝 높게 잡고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독독독 실전모의고사와 telc 공식 모의고사로 충분하다고 느꼈지만, 듣기는 현장 변수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쓰기

쓰기는 AI를 적극적으로 썼습니다. Claude/GPT를 Obsidian에 연결해서, 하루에 자동으로 Teil별 문제를 만들고, 제가 쓰면 다시 자동으로 가져가서 최소침습 첨삭과 채점 기준에 따른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피드백 루프를 아주 짧게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나오면 바로 쓰고, 틀린 표현을 확인하고, 다시 비슷한 문제에 적용했습니다. 독학러에게 쓰기는 특히 위험합니다. 내가 쓴 문장이 맞는지 틀린지 혼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AI로 최대한 보완하려 했고, 실제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쓰기도 절대량이 충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돌아간다면 읽기·듣기만큼 자연스럽게 느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독학으로 하기 힘든 쓰기와 말하기에 더 의식적으로 자원을 배분했을 것 같습니다.

말하기 — 독학의 진짜 병목

저는 말하기 46.5점, 솔직히 채점관이 20점 주고 떨어뜨렸어도 아무 말 못 했을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시험 파트너분께 죄송합니다. 시험 치고 정말 울 뻔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작문이 다 되고 있는데, 입에서는 아무 말도 안 나오고 “Ja, stimmt…”만 반복하는 대참사가 납니다.

머리로 하는 말하기와 입 밖으로 빼는 말하기는 그냥 아예 다른 능력입니다. 쓰기를 한다고 말하기가 저절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미친 척 정적을 깨고 “Wie wäre es mit…”을 외칠 수는 없겠지만, 집에서 혼자라도 반드시 소리 내서 뱉고 첨삭을 받으세요. 독학하시는 분들, 이 점 정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저는 Teil 1 자기소개만 준비하고 Teil 2, Teil 3에서 현장 영작을 하겠다는 아주 무모한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서는 문법도 생각해야 하고, 발음도 생각해야 하고, 상대방의 반응에도 대응해야 하고, 시험관이 뭔가 적으면 “아, 또 감점인가? 망했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걸 전부 등에 지고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했습니다.

말하기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듣기 지문을 찾아서 내가 비슷하게 말해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합니다. 그런데 그 상태를 없애야 합니다. 말하기는 입 근육과 반응 속도의 영역입니다.

둘째, Redemittel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시험에서 떨어질 줄 알고 괴테를 다시 준비하면서 말하기 실력이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만능 Redemittel을 준비하면 Goethe Teil 1과 telc Teil 3는 아주 영리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 “누구랑?”,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이동할까?”, “연락은 어떻게 할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반응을 미리 영어 또는 한국어로 생각한 뒤, AI에게 자연스러운 독일어로 바꿔달라고 하고, 그걸 자기 입에 맞게 대본화하면 됩니다. 모든 주제에 100% 맞는 답을 준비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플래닝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문장들은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락은 어떻게 할래?”에 대해 “카카오톡으로 채팅방을 만들자” 같은 문장은 거의 모든 플래닝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필살문장을 몇 개 만들어두면 정말 강력합니다. 시험장에서 만난 다른 수험자분들은 아예 내용까지 정해가신 것 같았습니다. 약간 교활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험 전략으로는 매우 영리한 방법입니다.

저는 그걸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대가를 치렀습니다.


6. 공부 루틴 —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간격을 띄웠습니다

하루 고정 시간은 없었습니다. 대략 A1 때는 하루 3~4강, A2 때는 3강, B1 때는 3일에 6강 + 문법 보충 정도였습니다. 특히 B1은 3일 단위로 6강을 잡고, 빨리 끝나면 쉬거나 다른 공부를 했습니다. 어려운 Band에서는 정말 3일을 꽉꽉 채웠습니다.

저는 플랜을 촘촘하게 짜서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처럼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정해진 분량을 소진하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막판 15일을 제외하면 하루를 전부 독일어에만 쓰지는 않았습니다. 일부러 독일어, 헬스장, 수학, 독일어, 컴퓨터, 독서, 독일어 이런 식으로 간격을 띄웠습니다.

독일어는 머리 용량을 너무 많이 잡아먹습니다. 너무 긴 시간을 한 번에 잡고 독일어만 하다 보면, 단어장을 보면서도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그런 시간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는 공부만 하고, 멍해지면 차라리 다른 걸 했습니다. 언어 공부에서는 “앉아만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한 강의를 대하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1. 듣기 전 — 쓱 훑으며 익숙해지기
  2. 들을 때 — 일단 한번 쭉 듣기 → 혼자 생각하기 → 막힌 곳만 되감기
  3. 들은 후 — 핵심문장 암기

핵심문장은 반드시 외워야 합니다. 외울 때는 책 펴고 오래 앉아 있기보다, 한국어 해석을 준비하고, 단어 조각들만 모은 다음, 조립하면서 “왜 이 격인지, 왜 이렇게 구성됐는지”를 보는 방식이 훨씬 빨랐습니다. 한 번에 다 외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초벌 조립 → 문제 풀기 → 해설 보기 → 다시 외우기를 왔다 갔다 하며 노출 횟수를 늘렸습니다.

복습도 대단한 플랜을 세워서 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족한 것 같으면 보고, 아닌 것 같으면 안 봤습니다. 대신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최대한 밀도 있게 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모든 걸 이상적으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 —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전부 뒤에서 배로 돌려받았습니다.


7. 단어 공부 — 단어장은 썼지만, 단어장만 믿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단어장을 안 쓴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단어장을 아예 안 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어장을 붙잡고 오래 외우지는 않았습니다. 단어장을 아주 빠르게 눈에 입혀주고, 지문에서 “어, 이거 나왔네. 근데 뭐였지?” 하는 순간 그 단어가 머리에 박히는 방식이 저에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단어장에서만 단어를 외우면 단어의 느낌이 너무 납작합니다. 반대로 지문에서 만난 단어는 상황과 같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기억이 오래갑니다. 다만 이 방법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복수형, 성, 동사 변화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잘 안 외워집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반드시 따로 외워줘야 합니다. 특히 독일어는 명사의 성과 복수형을 대충 넘기면 뒤에서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노트필기나 단어 모으기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보지 않을 것에 큰 시간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맞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는 예쁜 노트를 만드는 시간보다 지금 눈앞의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고, 틀린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공부할 때 공부만 하려고 했습니다.


8. 시험 대비 — 마지막 15일

마지막 15일은 실전 대비에 거의 몰아쳤습니다.

  • 독독독 실전모의고사 6회
  • telc 공식 모의고사 6회분
  • 사설 모의고사 3회분

하루 한 회씩 15일을 돌렸습니다. 사실 그때 이미 읽기·듣기·쓰기는 60점 밑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험장에서는 뭐에 씌었는지 듣기가 안 들려 55점을 맞긴 했지만요.

모의고사 난이도는 제 체감상 독독독 실전모의고사와 telc 공식 Modelltest 6회분이 실제와 꽤 비슷했습니다. 다만 telc 공식 모의고사는 꼭 풀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싸긴 하지만, 공식 모의고사는 사람을 낚는 방식이 살짝 전형적입니다. nur, noch, 시점 바꾸기, 표현 바꿔치기 같은 함정의 느낌이 있습니다. 사설에서는 그 느낌이 완전히 나지는 않았습니다.

읽기와 쓰기는 독독독 실전모의고사와 telc 공식 모의고사면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듣기는 현장감이 꽤 컸습니다. 가능하다면 듣기는 실제보다 조금 어렵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Teil 1에서 바로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시험 전체에 영향을 줬습니다.

돌아보면 자신감 올리기용 모의고사를 한두 회 줄이고, 그 시간에 말하기를 했어야 합니다. 말하기 떨어졌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습니다.

이 시기 독독독 김민지쌤의 라이브 강의도 정말 좋았습니다. 실전 직전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9. 남의 페이스를 보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 정말 취약했습니다. “4개월 컷”, “독일어 너무 쉽다”, “B1도 못 하면 유학할 자격 자체가 없다” 같은 글을 읽으며 너무 불안했습니다. 나만 느린 것 같고,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내가 지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계속 의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결국 시험을 치는 사람은 본인입니다. 남들이 몇 개월 만에 했는지, 누가 쉽게 했는지, 누가 어렵게 했는지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시험장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입니다.

그냥 자신이 준비되면 그 시험은 붙습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계속 비교했고, 계속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남의 페이스를 보는 시간에 내 약점을 하나 더 메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10. 다시 돌아간다면

제가 다시 돌아간다면 세 가지는 반드시 바꿀 것 같습니다.

첫째, A1을 절대 대충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말하기는 늦어도 A2 후반부터는 소리 내서 연습할 것입니다.
셋째, 모의고사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험장은 집이 아니고, 듣기는 한 번 놓치면 돌아오지 않으며, 말하기는 머릿속 독일어가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온 독일어만 점수가 됩니다.

그리고 B1에 합격했다고 해서 제가 독일어를 잘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이제 겨우 독일어라는 언어의 입구를 통과한 느낌입니다. 읽기와 듣기는 어느 정도 길이 보였지만, 실제 생활에서 바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반응하는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제 독일어가 완전히 외계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문장 하나하나가 벽이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어디를 봐야 하는지, 무엇을 더 쌓아야 하는지는 보입니다.


11. 마치며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4개월 안에 못 끊으면 Wohnung은, 비자는 어떻게 하지, telc 결과는 늦게 뜬다는데”, “요건일 뿐인 독일어에 이렇게까지 투자해도 되는 건가”, “내가 지금 수능을 다시 치고 있는 건가, 번아웃 올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금욕적으로 살 나이인가” — 를 몇 번이고 넘긴, 아주 불안한 4개월이었습니다.

그래도 하는 것이고, 하면 됩니다. 수학과 머신러닝에 비하면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독일어를, 하고 싶은 것들도, 술도, 친구와의 피씨방도, 여행도 참아가며, 짧은 기간 가장 좋은 파트너였던 다미안쌤과 함께 해낸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요.

이렇게 얻은 B1 자격증과 “나는 이것도 해냈다”는 일말의 자긍심을 들고, 저는 제 꿈을 계속 찾아 나가겠습니다.

좋은 강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한계에 몰리신 독어 학습자분들 — 전부 다 할 수 있습니다.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계속 하시면 됩니다. 다만 A1은 대충 넘기지 마시고, 말하기는 꼭 입 밖으로 뱉으세요. 저처럼 시험장에서 “Ja, stimmt…”만 반복하는 비극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줄이겠습니다.